산책자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정찬국 작가 등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 작품 즐비
강과 어우러진 자연공원에 풍부한 볼거리 제공
1983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부여의 숨은 명소

정관모 작가, ‘표상-의식의 현현’
정관모 작가, ‘표상-의식의 현현’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봄빛 맑은 날이다. 산수유가,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산책자는 느리게 걸을 수 있다. 속도에서 벗어난 느림의 미학은 여유를 선물한다. 자연의 변화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계절을 잊고 사는 이들의 대부분은 불행지수가 높다. 춥다, 덥다로만 사계절을 인식하고 있다면 당신의 삶은 행복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가끔은 눈을 들어 겨울을 견뎌낸 봄나무의 변화와 구근의 개화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자연을 접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산책이다. 주말 구드래조각공원을 찾은 것은 산책을 통해 잊고 있던 계절을 소환하기 위함이다. 주말을 맞아 찾아온 이들이 공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부여 구드래조각공원에 들어서니 멀리 음악소리가 들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라온가락’협회 회원들의 버스킹이 한창이다. 공원을 걷다가 노랫소리에 끌려 찾아온 공연장에서 8명의 회원들이 색소폰, 하모니카와 어우러진 트롯, 요들, 발라드 등 다양한 종류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때아닌 선물이다. 아파트를 벗어나 자연을 찾으니 얻은 여유와 행복이다.

 

MAURO STACCIOLI 작가 이탈리아, ‘통일’
MAURO STACCIOLI 작가 이탈리아, ‘통일’

 

△강과 어우러진 자연공원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교리에 위치한 구드래조각공원은 부소산 서쪽 기슭을 흐르는 백마강 가까이에 있다. 강과 어우러진 자연공원으로 1983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1996~1999년에 조각예술품을 설치해 조각공원으로 새단장했다. 공원 곳곳에 전시돼있는 작품들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구드래는 이 지역의 고유지명이다. 공원 아래로는 삼국시대 외국 사신들이 부소산성을 드나들던 유서 깊은 포구도 보인다. 나루터에서는 유람선인 황포돛단배가 백마강을 오가는 모습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정찬국 작가 작품 ‘저 높은 곳’
정찬국 작가 작품 ‘저 높은 곳’

 

공원에는 지역출신 유명 조각가의 작품은 물론 국제 현대 조각 심포지엄에 참가한 국내·외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부여의 대표적 휴식공간으로 24시간 개방돼 있고 울타리가 없어 사방에서 진입이 가능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현대적인 미술작품과 어우러진 공원은 흥미롭다. 등나무 쉼터 옆으로는 책 쉼터가 있다. 자유롭게 책을 빌려 보고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된다. 등꽃이 핀 날 벤취 아래서 책 읽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평화롭다.

‘라온가락’협회 회원들이 버스킹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온가락’협회 회원들이 버스킹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닥분수와 물놀이시설은 한여름 아이들이 좋아할 놀이터다. 음악분수는 6~10월 1일 3회 가동된다. 금동대향로를 모티브로 한 LED 조명,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멀티플레스, 곡사 분수 등으로 화려한 분수 쇼가 연출된다. 야외무대 앞 경사진 곳에는 관람객이 앉을 수 있는 대리석이 깔려 있다. 소나무가 심어진 넓은 잔디밭으로 알처럼 보이는 조각 작품들이 놓여 있고 그곳에 캠핑 의자를 놓고 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구드래조각공원은 예술과 자연을 함께 향유 할 수 있는 부여의 숨은 명소다. 벚꽃 분분한 봄날 산책자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공원 내 설치된 조각 작품들

1996년 조성된 작품은 영상-반영(작가 강태성), 여심(작가 고웅곤 ), 하늘 한가운데(작가 고정수), 인간의 지평(작가 김석우), 백가제해(작가 김영학), 역사의 문(작가 김용남), 영겁회귀(작가 김윤화), 사랑의 대화(작가 김지택), 환상여인(김창희), 역사와 미래의 메시지(작가 남 철), 순항(작가 리춘호), 가족(작가 박명규), 가족(작가 박병희), 향수(작가 박수용), 적(積)(작가 박승수), 꿈-소원(작가 박진용), 둥지(작가 백승업), 갈등의 史(작가 양현조), 愛(작가 윤영자), 108번뇌(작가 윤황식), 작품 90-15(작가 이성도), 화합(작가 이영길), 가상(작가 이창림), 흰색의 터(작가 임동식), 관계(작가 임선빈), 표상-의식의 현현(작가 정관모), 저 높은 곳(작가 정찬국), 모정(작가 최국병), 두사람(작가 최병상), 섭리(작가 황교영) 등 30점이다.

임동식 작가 ‘흰색의 터’
임동식 작가 ‘흰색의 터’

 

1999년 4월 현대조각작품 심포지움을 통해 설치된 작품은 만남과 사랑과 영원의 만다라(작가 알레르토 까르네이로·포루투칼), 두 세계의 만남(작가 ANA MARIA SOLER DE BELTRAME ·아르헨티나), 거대한 용(작가 브로니보 브따렐리·이탈리아), 아시아의 연합(작가 CHU KO· 타이완), 평화의 문(작가 FEDERCO BROOK·아르헨티나), 4중주(작가 GUY ROUGEMONT·프랑스), “99 한글 e(작가 한창조), 만남(형태와 공간)(작가 HAMI DUZZAMAN KHAN·방글라데시), 창(작가 JACQUES BOSSER·프랑스), 그림자(작가 JACQUES POLI ·프랑스), 형태와 모양으로 향하는 구조(작가 JORGE DU BON·멕시코), 아버지의 집(작가 JOSEP MARIA CAMI·스페인), 두 개의 기둥과 꿈(작가 JULIA FARJAT·아르헨티나), 영원한 곳을 향하여(작가 정찬국), 만남, 사랑, 영원(작가 이경순), 물의 영혼(작가 LUIS ANGEL SIFUNTES GONZALES·페루), 거북이들이 말해주었다(작가 MARK BRUSSE·네델란드), 통일(작가 MAURO STACCIOLI·이탈리아), 출생통로(작가 MICHAEL PRENTICE·미국), 아리랑-해는 東에서 뜬다(작가 박찬갑), 확장(작가 박부찬), 하나로(작가 ROMANO ZANOTTI ·이탈리아), 대기와의 접촉(작가 SATORU SATO·일본), 금폭포(작가 TOSHIMITSU IMAI·일본), 날개(작가 WANG KEPING·중국), 척추(작가 YEHUDA NEIMAN·이스라엘), 신전(작가 유영교), 몸 짓(작가 JULIO LE PARC·아르헨티나)등 총 29점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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